시인(是認)

“내가 또한 너희에게 말하노니 누구든지 사람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인자도 하나님의 사자들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누가복음12:8)

인정받으며 살고 싶었습니다.

나의 수고에 대하여, 나의 희생에 대하여, 나의 인내에 대하여

그리고 나의 마음에 대해서도 그 가치와 의미를 인정받기를 원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흘린 눈물과 땀이 기억되기를 바랬고,

나의 존재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을 기대하였으며,

작은 보상일지라도 받게 되기를 원하였습니다.

물론 다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받아내겠다는 것도 아니었으며

나만을 생각해 달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내가 살아왔던 걸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워지거나 사라지는 것만은 원치 않았습니다. 가족들에게서만이라도 그리고 나와 함께 지내온 이들에게서만이라도

작은 조각일지라도 그렇게 인정해 주기를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압니다.

내가 받기를 기대했던 인정이 나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이며

나의 허기짐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리고 나의 억울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압니다.

그리고 내 삶을 저울에 올려 놓으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이 그런 나를 하나님앞에서 시인해 주십니다.

시인(是認).

옳다고 인정함.

나를 옳다고 인정해주십니다.

내가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지라도 모든 것 속에서 옳게 살아온 삶은 아닙니다.

내가 가족을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며 살아내었다고 하더라도,

예수님께서 옳다고 인정하시고 하나님앞에서까지 나의 삶에 대하여 그렇게 올바른 삶이었다고 말씀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인정해주십니다.

나의 눈물을 인정해주시고, 수많은 참아냄을 인정해주시고, 그리고 거친 세월속에서의 걸음 걸음들을 인정해 주십니다. 믿음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며 시도했던 그 날들의 힘겨움을 인정해 주십니다. 낙심과 실망속에서도 주님안에서 희망을 붙잡으려고 무던히도 발버둥치던 날들의 기도를 아십니다.

그리고 나를 하나님의 자녀로 시인해 주십니다. 귀한 삶이라고 시인해 주십니다.

하나님과 함께 하는 식탁에 나의 자리를 마련해 주시고 그간의 모든 삶에 대하여 하늘의 복으로 채워주시며 “참 잘했다”라고 인정해 주실 것입니다.

오늘도 나를 인정해주시고 옳다고 응원하시며 시인해 주시는 주님이 참 고맙습니다.